ICT 시장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ICT 시장을 주름잡는 사업자들은 디바이스 업체나 네트워크 기업이었다. PC 시대가 열리며 델(DELL) 처럼 유통망의 혁신을 통해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온 기업들이 등장했고 MP3, 네비게이션, PMP 등 새로운 유형의 디바이스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ICT 발전을 이끌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 삼성전자 등 거대한 제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쟁상황은 하드웨어의 성능, 기능, 디자인에 국한됐다. 휴대폰 부문에서는 전통적인 강호 모토로라가 쇠약해졌고 노키아라는 새로운 강자가 세계를 호령했지만 성공과 실패는 하드웨어와 가격, 유통능력에 따라 결정됐었다.

하지만 세계 ICT 시장이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변모하면서 경쟁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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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N-D의 정점에 있는 사업자로는 애플과 구글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과거부터 매력적인 디바이스를 만드는 사업자였지만 굳건한 매니아층만 보유했을 뿐 한 번도 시장을 리드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매력적인 디바이스에 앱스토어라는 디지털 생태계를 접목시키며 일약 세계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애플은 N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C-P-D에서는 가장 강력한 사업자 중 하나다.

구글은 D와 N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디바이스 업체들을 울타리에 모으는데 성공, C-P-N-D 생태계를 리드하고 있다.

C-P-N-D로 재편된 생태계의 핵심으로는 C가 꼽히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가 일정수준에 오르면서 N을 통해 유통하고 D를 통해 즐길 수 있는 C가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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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마존과 같은 사업자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풍부한 C를 바탕으로 애플이 장악하던 태블릿PC 시장을 잠식했다. D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C를 통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C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곳은 바로 N 사업자들이다. N 사업은 막대한 투자비를 유발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유선 네트워크에서 소비되던 C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망중립성 등의 이슈가 발생했고, 인터넷전화(VoIP), 모바일인스턴트메신저(MIM)의 등장은 수익감소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전 세계 N 사업자들은 글로벌 통합 앱스토어(WAC)를 만들고 그들만의 메신저를 만드는 등 주도권을 되찾아오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C와 P의 강점을 바탕으로 C-P-N-D 중심의 수직통합 전략의 완성을 위해 D시장에 대한 도전과 함께 N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N은 통신사와 제휴하거나 기존 인프라를 활용했지만 이들 글로벌 사업자들은 와이파이를 중심으로 N까지 통합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설득 방송용 주파수 유휴대역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개방에 성공했다. '화이트 스페이스'를 통해 저렴한 투자비로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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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역시 오프라인 상점들과 제휴를 통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고, 아마존도 올해 3월 델타 항공과 제휴를 통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무료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C를 파는 전략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슈퍼 와이파이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 스페이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 유통이나 새로운 서비스 등장시, 망중립성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와이파이가 대안으로 자리잡을 경우 통신사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유선PC의 경험이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기업들은 수많은 기회와 위협에 노출돼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 제국이 불과 몇년만에 사라질 기업 1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처럼 임팩트 있는 기업이 등장하는 가 하면 유선 메신저 부동의 1위였던 SK컴즈는 모바일 전략의 실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C-P-N-D 시대가 왔다. 현재 갖고 있는 곳간만 지키려 문에 자물쇠를 거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12/11/15 13:58 2012/11/15 13:58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세상에 등장시키며 전세계 휴대폰·이동통신 경쟁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지도 벌써 1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혁신'이 될 것입니다. 비록 사회공헌에 인색했고, 괴팍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가 전세계 ICT 산업에 미친 영향은 말 그대로 혁신적이었죠. 

잡스의 최대 공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앱스토어를 등장시킨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을 촉발시켜 기업들의 경쟁력을 상향평준화 시킨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싼 값의 적당한 제품에 올인하던 노키아를 끌어내렸고 삼성전자, LG전자, 림, MS 등 글로벌 기업들을 궁지에 몰아부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키아나 림 처럼 내년에 파산할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휴대폰 1위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나 신흥강자로 떠오른 HTC 같은 곳들도 있습니다.

노키아나, 림 역시 쉽지는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잡스가 실천해왔던 '혁신'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살아남은 기업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정작 애플은 잡스 사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실적은 사상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애플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잡스 사후 '혁신'보다는 '소송'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플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혁신'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전히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한동안 경쟁력을 이어가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제2의 노키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플랫폼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장터의 경쟁력이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잡스가 보여줬던 엄청난 '혁신'은 사실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여전히 잡스를 그리워할 것이고 그가 보여준 '혁신'을 남아있는 사업자들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등장 이후 부침을 겪었던 우리 기업과 정부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와 기회가 놓여져 있습니다.

혁신이 없이 현재에 안주하게 되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기업들은 배웠고, 정부 역시 정통부 해체 이후 정책과 규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잡스가 남긴 말은 비단 애플 뿐 아니라 우리 기업,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2012/10/05 15:02 2012/10/05 15:02
바야흐로 CPND 시대다. 과거와는 달리 ICT 생태계가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가 유기적인 결합으로 형성되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소프트웨어는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SW 전문 기업들이 장악했고, 디바이스는 HP·IBM·삼성이, 통신사들과 포털들이 관문 역할을 했다. 콘텐츠 시장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수많은 기득권자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자들이 태어났다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가 오기전까지만해도 휴대폰 제조사는 휴대폰만 잘 만들면 됐다. 디자인과 통화품질이 고객의 선택을 받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PC 제조사들 역시 수십년 동안 PC의 성능을 올리고 디자인 변화에만 신경을 써왔다. 그나마 차별화할 수 있었던 것은 델의 공급망관리 처럼 시스템에 변화를 주며 기업의 순위가 뒤바뀐 것이 변화라면 변화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CPND가 ICT 및 방송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독립돼 있던 각 영역이 어느 순간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을 거스린 사업자들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그저 싸고 성능좋은 단말기를 만들던 노키아는 1년안에 사라질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는 신세로 몰락했다. 애플보다 스마트폰 시장을 먼저 개척한 림도 CPND라는 거대한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반면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CPND 융합으로 이어지는 길을 놓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앱스토어라는 생태계를 형성하며 IT 시장의 지형을 단번에 바꾸고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아마존은 단말기는 손해를 보며 팔고 있지만 콘텐츠를 엮어 돈을 벌고 있다.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수많은 자산과 기술을 결합하며 구글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통적으로 개발자의 처우 및 육성에 인색했던 우리 ICT 시장에도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쓸만한 개발자는 찾아보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쓸만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입도선매하는 곳은 다름 아닌 제조사 삼성전자, LG전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자 육성 프로그램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슈퍼갑으로 군림하던 국내 이동통신사들도 변화하는 생태계에 맞춰 변화를 찾고 있다. 수년전만 해도 N(네트워크)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경쟁력의 근원이었지만 이제 N만으로 ICT 생태계를 주도할 수는 없다. 지상파, 케이블TV 등 방송업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고 전달만하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세상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CPND 흐름은 논외가 아니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방송과 통신, ICT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지원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탄생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방통위 실패 원인 중 하나는 융합시대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와 관련된 정책을 한 곳에서 아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의 분산형 거버넌스 체계로는 CPND 생태계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2012/07/10 16:47 2012/07/10 16:47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된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제도 시행초기여서 그런지,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이통사 대리점 이외의 곳에서 휴대폰을 구매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내 제조사가 아직 관망중이고, 새롭게 국내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정부는 이통사를 통해 가입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서비스와 단말기 시장을 명확히 구분해 중고 단말이나 자급 단말기로  서비스에 가입하더라도 동일한 요금할인을 받게 해주는 것에 역점을 기울여 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통신3사는 자급제 시행 전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한 결과 6월경부터 자급 단말기에 대해서도 동일한 요금할인을 해주기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물론, 1년, 또는 2년 등 서비스 약정을 맺어야 합니다. 이 부분 역시 동일합니다.

현재 SKT의 3G 정액요금제(스마트폰 요금제) 요금할인율은 약 30% 이며 LTE 정액요금제는 25% 수준입니다. LG유플러스의 3G 스마트폰 요금제 할인율은 약 35%, LTE는 약 25% 정도 입니다.

SK텔레콤은 6월 1일부터 약정할인 가입을 받되 5월 이용분이 있을 경우 소급 적용하기로 했고 LG유플러스는 이달 29일부터 가입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KT의 행보는 조금 다릅니다.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자급제 단말용 요금제를 출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일명 '심플정액' 상품인데요. 사용 패턴에 따라 음성, 문자, 데이터를 조합해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금할인 얘기는 빠져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KT는 7일 "고객의 처한 상황이 다양하고 고객의 니즈 또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단말 자급제 전용상품이 있는 것이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요금상품이 나와야 요금수준과 할인율을 비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현재의 KT 상황과 정책을 유추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KT는 7일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실적은 좋지 않습니다. 통신사업부문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비통신계열사인 비씨카드, KT스카이라이프 등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기사 : KT도 1분기 부진…매출 증가, 비씨카드 편입 효과

통신부문의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부분이 바로 이 요금할인 정책 입니다.

KT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스마트 스폰서' 정책을 통해 짭짤한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가입기간이 늘어나면 할인이 커지는 KT 할인구조는 시간이 지나며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주로 가입하는 월 5만4000원 요금제로 본다면 KT는 1년차에 월 1만8700원, 2년차 2만900원, 3년차 2만3100원를 깎아줍니다. 3년 이후에도 월 1만1000원을 요금제 해지 시점까지 지원합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같은 할인 프로그램이 있지만 양사는 매년 정액을 제해주지 KT처럼 할인폭이 늘어나거나 기간 구분 없이 할인해주는 구조는 아닙니다.

오래쓰면 쓸수록 KT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구조인 셈입니다. 실제 KT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할인요금제도를 손봐야 할 판에 자급 단말기에도 동일한 정책을 적용하라는 정부 입장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어찌됐든 자급 단말기 시장이 커지고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KT도 이 부분을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통위 역시 실망한 눈치지만 "시장이 커질 경우 KT도 정책을 바꾸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아쉬움을 달래고 있습니다.

2012/05/07 16:13 2012/05/07 16:13
“평생 기자 할 수 있나. 자네들도 기자 그만두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구. 자네 나이면 이제 인생 이모작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시행사(파이시티)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시인했습니다. 금품수수는 일부 사실이지만 인허가와 관련한 청탁 대가는 아니라는 것이 그의 해명입니다.

과거 한국갤럽조사연구소 회장 시절 여론조사를 했고, 당시 여유가 있었던 파이시티 전 대표가 대가 없이 지원을 해줬다는 것입니다. 최 전 위원장의 금품수수 사실 인정을 놓고 여러 해석이 오고 갑니다. 본인이 인정한 만큼, 일단 돈을 받은 것은 ‘팩트’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지난 4년간 최 전 위원장과 한 건물에서 일을 했던 기자는 권력 지향적인 인물의 말로
(末路)는 좋게 끝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최 전 위원장은 기자(동아일보) 출신입니다. 최 전 위원장은 정기적으로 기자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인생 이모작론’이었습니다.

기자 생활하면 얼마나 하겠냐. 너희들도 기자경력을 발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라는 취지였습니다. 도전은 아름답습니다. 가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려 움직이는 것은 왠만한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최 전 위원장은 기자에서 갤럽 회장으로 대통령 정치적 멘토로, 방통위원장으로 여러 차례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방통위원장 재직 시절에도 임기를 마쳐도 쉬지 않겠다는 그의 모습에 나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성공이 거짓과 부정으로 점철된 것으로 점차 드러남에 따라 그의 화려했던 인생 농사도 결국은 흉작으로 끝나는 모양새입니다.

기자 출신으로 70억원이 넘는 재산을 축적한 것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롤 모델은 최시중”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재산도 정상적으로 모인 것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는 “정치는 사람하고 돈을 빚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빚은 갚아야 하는 것입니다. 전 정책보좌관 비리의혹부터 방송통신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까지 돈을 받아 챙긴 최 전 위원장은 말년에 한꺼번에 빚을 갚게 됐습니다.
최 전 위원장의 좌우명은 ‘새옹지마(塞翁之馬)’입니다. 유한(有限)한 인생입니다. 좋은 일이 다시 최 위원장에게 올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의 멘토, 방통대군의 몰락은 전혀 안타깝지 않습니다. 다만, 이러한 인사가 4년 동안 대한민국의 방송·통신 정책을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본인의 부정에 대한 빚은 법에 따라 갚게 되겠지만 4년간 방송·통신 시장을 후퇴시킨 것에 대한 빚은 받아낼 길이 없습니다.
2012/04/24 10:02 2012/04/24 10:02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가 통신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KISDI는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이동통신 시장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자면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가 확산돼도 이통사의 음성매출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 입니다.

<관련기사> m-VoIP 전면 허용해도 이통사 충격 미미

보고서 내용이 기사화되자 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수치화한 것은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다시 오픈인터넷협의회(OIA)가 "이통사가 mVoIP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차단할 근거가 없다"며 다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보고서가 업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유는 KISDI가 망중립성 원칙을 세울 방송통신위원회의 실질적인 연구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같은 성격의 KISDI가 "영향이 적다"라고 했으니 업계 반응이 뜨거울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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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중립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mVoIP 이슈는 하반기께 보다 구체화될 전망입니다.

LG유플러스를 비롯해 SK텔레콤도 연내 VoLTE 상용화를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기존 서킷 기반의 음성통화가 아닌 패킷 기반 음성통화로의 전환, 즉 이통사가 직접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요금을 어떻게 책정할지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인터넷전화 상식으로는 대폭 싸져야 하겠지만 현재 유선시장에서의 인터넷전화처럼 요금이 대폭 내려가거나 무료로 이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 VoLTE 서비스를 준비 중인 한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요금체계 산정을 가장 난제로 뽑았습니다.

현재 VoIP는 통화품질이 조악하지만 VoLTE는 현재 3G 수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예전 서킷 기반의 음성통화나 패킷 기반의 음성통화나 통화품질을 위해 투입되는 투자비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요금이 대폭 내려갈 여지가 별로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음성 매출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통사가 요금을 대폭 내릴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합니다.

다만, "스마트폰 정액요금제에서 제공되는 무료 통화량이 많아지거나, 음성서비스가 IP 기반에서 이뤄지게 되면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돼 결국은 소비자 혜택이 늘어나 요금이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떠한 시각과 철학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방통위 역시 VoLTE 요금인가와 관련해 동향 파악에 돌입했습니다. 요금수준은 물론, 이용체계, 접속료 산정, 이용자 보호 등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mVoIP는 소비자 측면에서는 값 싸게 마음껏 통화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서비스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매출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방통위가 통신사와 소비자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2012/03/07 09:14 2012/03/07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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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스마트폰으로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죠. 게임, 인터넷, 영화감상, SNS, LBS 등 다양한 서비스,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일부 스마트폰 유저들은 영화도 제작합니다.  단순히 동영상 녹화가 아니라 말 그대로 스토리를 갖춘 영화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찍고, 편집하고, 좋은 작품들은 극장에 걸리기도 합니다.

스마트폰 영화제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이폰4필름페스티발이 있고요. KT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이준익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봉만대, 윤정송, 임필성, 박찬경 등 쟁쟁한 감독들이 심사를 담당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라고 다 같은 스마트폰은 아닌가 봅니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영화제나 출품작, 당선작들은 대부분 아이폰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시리즈는 아직 제대로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회 올레 스마트폰 영화제에서는 470여 작품이 출품돼 4편이 수상했습니다. 이중 3편이 아이폰4로 제작된 것이고 1편은 옵티머스Q로 제작된 것입니다. 갤럭시S는 이름을 찾을 수 없군요. 

전체 470여편 중 아이폰4가 50%, 갤럭시S 20%, 옵티머스Q 20%, 기타 10%라고 합니다. 아이폰4가 압도적으로 많은데다 대부분 수상작도 아이폰이니 아직까지 스마트폰 영화제는 아이폰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이폰보다 훨씬 많이 팔린 갤럭시 시리즈가 너무 부진합니다. 왜 아이폰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을까요?

지난 4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에서 '갤럭시 VS 아이폰 대격돌'이라는 주제로 사업자가 아닌 실제 유저들이 나와 토론회를 연적이 있었는데요.

서로의 장점을 얘기하다가 아이폰 진영에서 영화제를 꺼내들었죠. 위에 언급한 것처럼 아이폰4가 나오면서 단편영화를 찍는 경우가 늘고 있고, 아이폰4를 위한 영화장비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영화일을 한다는 한 유저는 "애플이 주도한 것이 아니고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창조적인 것들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반면, 갤럭시는 문화적 감성이나 철학이 없기 때문에 영화제 같은 것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갤럭시 진영에서는 이건희 회장에게 "갤럭시 영화제 하나 만들어달라"고 요청까지 나왔는데요.

단순히 카메라나 동영상 기능 때문에 아이폰4가 갤럭시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유저 성향, 즉 창의적, 도전적 성격이 강한 젊은층이 아이폰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높다보니 아이폰 영화제 등도 탄생하는 것 같습니다.

인위적으로 삼성이 갤럭시 영화제를 만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여집니다.

삼성전자도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업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만큼, 이제는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게끔 감성과 철학을 제품에 이입시켜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2012/01/19 14:14 2012/01/19 14:14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을 넘어 3000만을 향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전반적으로 생활이 편리해졌다는 의견이 많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유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자꾸 들여다보거나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기보다는 각자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제4차 스마트폰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4000명 중 76.4%가 "스마트폰을 이용해 생활이 전반적으로 편리해졌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을 이용함으로써 정보공유 활동이 증가했다"라는 답도 69.5%에 달해 전반적으로 스마트폰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스마트폰 이용이 너무 일반화된 폐해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다"는 답도 67.4%에 달했습니다. SNS를 통해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증가했지만 "친구, 가족 등 지인과 함께 있을 때에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답변도 60.4% 였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굳이 PC를 찾을 이유도 없다보니 개인화된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없어서 불안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도 34.2%에 달했습니다. 무시할 수 없는 수치입니다.  

업무적이던 개인적 일이던간에 스마트폰과 떨어져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질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구요.

한 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블랙베리는 중독성 때문에 마약의 일종인 '크랙(crack)'에 빗대 크랙베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자동차 회사인 폴크스바겐의 이메일 전송시간에 대한 노사합의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출근 전 1시간 30분, 퇴근 후 1시간 30분까지만 블랙베리폰으로 이메일을 보내도록 한 것이 합의의 주된 내용입니다.

퇴근 후에도 회사 업무를 처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직원들 반응 역시 매우 긍정적이었다고 합니다.

조만간 스마트폰 기능이 PC급으로 올라설 것이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앱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업무에 대한 강도도 높아지겠죠.

불과 2년만에 우리 삶, 일터에 깊숙히 자리잡은 스마트폰.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도 하지만 너무 매달리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보통 종류를 가리지 않고 중독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가입자의 폭발적인 증가, 이용률과 함께 스마트폰에 대한 폐해와 중독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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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14:35 2012/01/12 14:35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2년만에 3G 스마트폰 시대가 4G인 LTE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 역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청소년, 노인, 시각·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요금제가 나올 정도로 스마트폰은 이제 이동통신 시장의 확고한 대세로 자리잡았습니다.

◆짜고치는 고스톱? 똑같은 이통3사 스마트폰 요금제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의 스마트폰 요금제를 보면 특이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3G나 LTE 모두 이통3사의 요금제가 같다는 건데요.

3G의 경우 SK텔레콤은 올인원34(3만4000원)요금제에서 시작해 44, 54, 64, 79, 94 요금제로 나갑니다. KT는 i요금제로 부르는데요. 역시 34에서 시작해 94로 끝납니다. 중간에 SKT의 79가 KT는 78요금제로 1000원 쌉니다. LG유플러스는 스마트34로 시작해 역시 94로 끝납니다. 7만원대 요금제가 74인점만 다릅니다.

스마트폰 요금제는 음성통화+메시지+데이터로 이뤄지는데요. 각사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대동소이합니다.

이번에는 LTE 스마트폰 요금제를 살펴보죠.

먼저 SKT입니다. LTE34(월 3만4000원)로 시작해 42, 52, 62, 72, 85, 100(월 10만원)으로 끝납니다.

KT는 LTE-340(월 3만4000원)으로 시작해 420, 520, 620, 720, 850, 1000(월 10만원)으로 끝납니다. 0을 하나 더 붙였을 뿐 완벽하게 SKT와 같습니다.

LG유플러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LTE 34(월 3만4000원)으로 시작해 42, 52, 62, 72, 85, 100, 120(월 12만원)으로 끝납니다. 120 요금제가 있다는 것만 다를 뿐 역시 SKT, KT와 같습니다. 3G에서는 7만원대 요금제에서 차이가 있었는데 LTE는 85요금제 마저 완벽하게 일치하는군요.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데이터 제공용량이나 프로모션 혜택 등에서 소폭 차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통3사의 LTE 스마트폰 요금제가 완벽하게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요금제 어떻게 결정되나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요? 짜고치는 고스톱 마냥,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내는 요금이 동일할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담합 수준입니다.

실제, 지난해 4월 참여연대는 이통3사의 스마트폰 요금제에 대해 “자율경쟁 시장에서 이러한 요금정책은 3사의 담합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 뉴스는 보지 못했을 겁니다. 왜냐면 담합인지 아닌지를 밝혀낼 수 있는 근거 자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담합판정이 있었다면 완벽하게 동일한 LTE 요금제도 나올 수 없었겠죠.

그러면 스마트폰 요금제가 결정되는 과정을 알아보죠.

통신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동통신에서는 SK텔레콤이, 시내전화에서는 KT가 각각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있습니다.

지배적 사업자는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방송통신위원회)로 부터 인가를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SK텔레콤의 LTE 요금제는 방통위의 인가를 받은 요금제입니다. SKT가 마음대로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신고제가 적용됩니다. 방통위 인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신고만 하면됩니다. 물론, SKT 역시 요금을 인상하는 것이 아니고 인하할 경우에는 신고제 적용을 받습니다.

그렇다고 SKT의 LTE 요금제가 인가를 받았다고 요금을 올렸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에서 처음 등장한 요금제니까요.

◆요금이 적정한지부터 판단해야

그러면 이통3사의 요금제가 동일한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먼저, SKT가 방통위로 부터 인가를 받고 요금제를 발표하면 후발사업자들은 SKT의 요금제를 참고해 요금제를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그래왔습니다. 스마트 시대에서도 반복되는 셈이죠. 물론, 후발 사업자가 지배적 사업자와 아주 똑같은 요금제로 경쟁하면 안되겠죠. 그래서 문자나 데이터 제공량에 다소간의 차이를 두는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후발사업자들의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가 되겠습니다. 이 같은 후발사들의 전략은 이통시장을 5:3:2 구조로 고착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방통위는 어떤 근거로 SKT의 요금제를 인가해줬을까요? 소비자들은 “가계통신비가 늘어났다”, “스마트폰 요금제가 비싸다”라고 말하지만 정작 요금이 비싼 것인지 적정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알 길이 없습니다.

공정위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담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자료, 즉 요금적정성 평가에 필요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정보는 기업비밀로 분류, 소비자단체들의 꾸준한 공개 요청에도 불구,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배적 사업자와 후발사업자간에 요금 원가는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금액 및 이익규모가 다르고, 가입자수, 갖고 있는 네트워크 자산이 다릅니다. 그런데 3사의 요금제가 같다는 것은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지배적 사업자가 마진을 감안, 요금제를 설계해 방통위에 제출합니다. 큰 저항감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 방통위가 인가를 해줍니다. 마진율, 이익률이 열위에 있는 후발사들 역시 주판알을 튕겨 봅니다.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정도는 돼야 이윤을 보장받을 수 있어 보입니다. 그대로 따라갑니다. 아마도 이러한 프로세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이 관리경쟁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소비자가, 시장이, 사업자가 정한 요금제가 아니라 정부가 정한 요금제만 있을 뿐입니다. 정부가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간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정부가 결정하고 후발사들이 그 수준에 맞추는 결과는 관리경쟁 체제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도 제대로 효과를 볼리 만무합니다. 경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데 사업자들이 정부 눈높이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사업자 손목을 비틀어 기본료 1000원도 내리고, 초당 과금제도 도입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올해에는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습니다. 저마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외칠텐데, 올해는 무슨 근거로 요금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정부가 요금을 결정했으니 올해도 정부가 요금을 내려야 겠지요.

2012/01/04 11:34 2012/01/04 11:34
KT 2G 종료 무산이 무성한 뒷말을 낳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주권을 지켰다는 점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KT에 비판을 가하는 목소리가 있고, 산업 및 기업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인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함에 따르는 비용증가, 차세대 네트워크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점에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이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산업·정책적 측면과 다른 이용자와의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소지가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KT의 차세대 서비스 지연으로 인한 경쟁제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KT 가입자 중 2G를 유지하기를 희망하는 소비자들이 있는 반면, LTE로 전환하기를 희망하는 가입자들은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통신사를 바꾸지 않는 한 KT내에서 차세대 서비스 이용은 어렵게 됐다.

그렇다면 2G는 언제쯤 종료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법원의 판단이 15만의 숫자에 기인한 것인지 판결문만 놓고 보면 아리송하다.

4G LTE 시대가 도래했는데 무한정 2G 서비스를 연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렇다면 서비스 종료의 기준은 무엇이고, 2G를 종료할 수 밖에 없다면 소비자들은 어떠한 선택을 내려야 할까.

◆010 통합정책의 희생양 KT=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측은 010통합반대운동본부다. 01X 번호를 이동통신 기술과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2G 종료를 반대하는 주요 내용이다.

010번호통합정책은 지난해 9월 결정됐다. KT를 시작으로 오는 2018년이면 SK텔레콤을 마지막으로 2G는 역사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즉, LTE로 가입자가 빠르게 이동할 예정이지만 최소한 앞으로 수년간 2G 서비스, 01X 번호를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010통합반대운동본부는 이번 2G 종료 소송과 관련해 번호정책을 변경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한마디로 KT가 2G 서비스 종료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3G, 4G에서도 01X 번호를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010통합반대운동본부의 주장대로 방통위가 다시 번호정책을 수정할 경우 더 큰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소송에서는 900여명이 소송을 냈지만 010번호통합정책이 폐지될 경우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원래 01X 번호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스마트 기기와 M2M 등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기반 한 다양한 제품, 서비스가 속속 출현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번호자원의 확보 역시 정책적 측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만약 01X 번호가 수년간 활용되지 않더라도 이미 010으로 이동한 수많은 01X 가입자를 고려할 때 번호통합정책의 변경은 더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다.

이미 010으로 바꾼 소비자들은 어떻게 하나=또한 향후 본안소송에서도 KT가 패할 경우 KT는 2G 종료로 인한 비용증가 뿐 아니라 LTE 서비스 론칭이 한참 늦어진다는 점에서 경쟁제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물론, KT가 900MHz 주파수를 갖고 있어 이 대역에서 서비스를 하면 되지만 900MHz 대역에서 LTE 전환은 세계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KT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2G 종료를 통해 LTE 서비스를 론칭하려 했던 이유다.

사업자의 전략 실패를 정부가 보상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원래 정통부 시절부터 방통위에 이르기 까지 통신정책이 사업자간 경쟁의 균형을 맞추어 왔다는 점에서 간과할 수 없다. KT의 LTE 론칭 지연은 4세대 서비스에서 특정사업자의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이를 막기 위한 KT의 과열마케팅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혼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01X 가입자와 이미 번호를 010으로 전환한 가입자간 갈등도 예상된다. 만약 010번호통합정책에 대한 판단이 바뀌거나, KT가 01X 가입자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경우 둘다 해당이 된다.

01X 가입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겠지만 일부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소위 디지털시대에서의 ‘알박기’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2G 가입자를 3G로 전환하는 것은 더욱 힘들 수도 있다.

때문에 이번 KT의 2G 종료문제는 일정을 명확히 잡고, 정부와 사업자가 의견을 충분히 조율했어야 했다. 방통위가 2G 종료 이슈가 나왔을때 명확한 종료기준을 제시하고 사업자는 충분한 기간동안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서비스 종료를 연착륙 시켜야 했지만 첫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현재의 상황까지 이르게 했다.

소비자의 가치와 경제적 가치 중 무조건 어느 한쪽이 크다고 볼 수는 없다.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원래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모두가 반대하는 정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다수는 동의하고 010으로 번호를 바꾼 상태다. 더 큰 혼란을 부를 것인지, 2G 종료가 연착륙 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법원과 정부,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다.


2011/12/11 17:30 2011/12/11 1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