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실질적 임기 몇개월을 남겨놨기 때문일까?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8일 오전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최종 부결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다.

양 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철저히 속았다"며 "MBC 노조에게 상임위원직을 걸고 믿어달라고 했고 이제 그 책임을 지려 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이달에만 2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 2일에는 신용섭 위원이 갑작스레 퇴임식을 갖고 EBS 사장 도전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는 3년이다. 다른 부처의 장차관들이 수시로 바뀌지만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해 준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 책임이 중차대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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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흘새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하거나 사퇴의사를 밝히고, 다른 상임위원은 KBS 사장직에 응모하려고 하다가 무산되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기 상임위원들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년 ICT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실질적으로 방통위원들의 임기는 채 몇달이 남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다들 부담 없이 떠나거나 떠나려는 모양새다. 행정공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과 관련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서 방통위원직은 그렇게 쉽게 들어오고 내던지는 자리는 아니다. 임기 도중에 자기 살길을 찾거나 욕심을 냈던 자리에 도전하는 자리 아닌 것이다.

방송과 언론의 민주화도 중요한 의제지만 ICT 산업의 진흥과 규제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바로 방통위원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방통위원자리를 내팽겨치는 자리는 아닌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듯 하다.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몇 개월짜리 상임위원이 또 한명 내려와야 한다. 정상 절차를 밟으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실질적인 임기말에 누군가 부랴부랴 와야 한다. 또 만만한 방통위 실장 출신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정권말 방통위원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상임위원회에 확인사살을 하는 행위다.

2012/11/08 14:43 2012/11/08 14:43
"애플 DNA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해야 한다."

애플의 성공, 아니 고(故)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인문학과 첨단 IT기술의 융합에 있었다. 잡스는 기술 일변도의 하드웨어 시장에 그의 철학인 인문학이 반영된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이며 세계 ICT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2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One more thing"을 생략하면서까지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내 모든 기술을 바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학은 잡스에게 있어 절대적이었다.

세상을 떠난지 1년이 지났지만 잡스가 던진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현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잡스 사후 이후 애플이 혁신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잡스가 보여줬던 새로운 인문학적인 요소가 제품에 녹아있지 않았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술과 두루뭉실한 인문학의 융합은 쉽지 않다. 그럴싸해보이지만 너무나 추상적이다. 그래서 잡스를 천재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잡스의 혁명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 제목이 한국의 빌게이츠를 키우자 였다면 지금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잡스를 배우고자 하면서도 그가 강조한 인문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한 듯 하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며 예산을 편성하고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재편되는 ICT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흩어진 ICT 정부조직 통합을 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중심, 조직중심이다. ICT 정부 정책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를 분산된 조직 기능으로 돌리는 이유다.

6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던진 질문에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답변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내년 방통위 사업 중 인문학과 연결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예산편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답해 질문한 최 위원을 당황하게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예산편성 하다보면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잡스를, 애플을 배우자고 하면서도 성공의 핵심요소인 인문학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의 잡스를 육성하겠다면 보다 창의적 도전과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연 단순히 개발자 육성에 예산좀 배정한다고 잡스가 나올 수 있을까?

방통위는 ICT 벤처 생태계 부활 프로젝트인 K-스타트업을 시행하면서 실패한 벤처기업을 위해 패자부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간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이를 다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들은 정책실패를 두려워 하고 있고 창의적인 도전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ICT 강국 도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ETRI는 성과에 매몰돼 있고, 잡스를 배우자는 방통위는 인문학은 철저히 외면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디바이스(D)와 네트워크(N)는 꾸준히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를 깨지 않는한 콘텐츠(C)와 플랫폼(P)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11/07 10:04 2012/11/07 10:04
올해 이동통신 전체를 꿰뚫는 화두를 하나 꼽자면 단연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존 3세대(G) 네트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LTE는 국내 4G 이동통신 기술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서비스 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을 돌파했다. 연말 이통3사의 목표는 1600만명이다.

반면, LTE에 비해 5년 이상 먼저 서비스에 들어간 와이브로는 위태위태하다. 저렴한 이용료에도 불구, 여전히 가입자는 정체상태다. LTE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만명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와이브로 정책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 투입 비용 대비 가입자 숫자만 놓고 보면 명백한 실패이다. DMB, 위피(WIPI)도 모두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실패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정책의 실패와 성공을 얘기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수 없다. 가입자만 놓고 보면 와이브로는 명백한 실패지만 우리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주도했고, 실제 상용서비스 및 수출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책실패로 매도하는 것은 과하다.

DMB, 위피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등장한 다양한 모바일TV 때문에 DMB가 어려워졌고, 폐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위피 역시 아이폰 도입 등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정책이 도입됐던 당시로서는 나름의 정책적 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 와이브로를 통해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용자들 역시 LTE 도입 한참 전부터 고속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물통신, 데이터 통신 측면에서 이용가치가 남아있다.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ICT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발 빠른 개방정책이 필요했지만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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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국산기술 활성화라는 정책 달성을 위해 글로벌 표준 대세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할 뻔 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우리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LTE라는 단어는 통신3사, 삼성전자 등에게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금지어였다. LTE를 준비하고 있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와이브로에 올인한 방통위 눈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와이브로와 LTE 격차는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 방통위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물밑에서 사업자들이 LTE를 준비하고 있어도 와이브로가 LTE에 비해 비용, 효율성이 높다고 외쳤다.

사업자들이 방통위 눈치를 어느 정도 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화가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에서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부스를 방문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게 “지난해까지는 (분위기상) LTE 얘기를 꺼낼 수 없었지만 안되겠다 싶어 이젠 공개적으로 LTE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전 위원장은 “두 가지 다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기술이 다수 반영된 와이브로를 살리기 위해 애써 LTE를 외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방통위가 통신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LTE 기반의 네트워크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1990년대 초반. 정보통신부는 미국의 TDMA, 유럽의 GSM 대신 CDMA라는 낯선 기술을 채택,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고 IT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방통위는 와이브로가 제 2의 CDMA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상황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방통위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의 IT 경쟁력이 정부가 앞장서 따라가는 시대와 같지 않다. 우리 기술이 표준화 경쟁에서 승리하고 활성화 된다면 정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사업자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통사들이 LTE 대신 와이브로에 올인했다면 이는 방통위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남을 뻔 했다.

2012/11/06 09:43 2012/11/06 09:43
규제 못지않게 중요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바로 분쟁을 얼마나 매끄럽게 매듭지을 수 있느냐이다. 규제산업 특성 상 사업자간 분쟁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 이 같은 분쟁을 얼마나 잘 조정하고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신 시장도 사업자간 분쟁, 소송, 비방전이 적지 않지만 방송에 비하면 양반이다. 천문학적인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등이 아니면 웬만한 처벌이나 과징금은 통 크게 수용한다. 어지간 해서는 끝까지 가지 않는다.

방송은 다르다. 시장의 크기가 통신에 비해 적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 그대로 한 번 붙었다 하면 끝까지 간다. 중간에 누가 먼저 양보하는 법이 없다. 규제기관의 압력도 소용없다.

방통위 출범 이후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분쟁은 끊일 날이 없었다.

수많은 분쟁 중에서 백미(?)를 꼽자면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지상파와 케이블TV간 재송신 분쟁을 들 수 있다. 여기서 방통위는 정책의 늦장 대응은 물론, 취약한 분쟁조정 능력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올해 초 협상이 결렬되고 케이블방송 업계가 지상파 송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외쳐도 방통위는 뒷짐만 지고 바라볼 뿐이었다. 당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협상은 원래 마지막에 이뤄지는 법"이라며 안일한 대응자세를 보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실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송출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사업자의 생각과 달리 방통위는 스스로 규제기관의 위상을 너무 추켜세운 셈이었다. 호통 한번이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생존권이 달린 방송사는 최 전 위원장의 호통이 두렵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와 계약을 체결한 케이블방송사도 있지만 심각한 갈등을 빚는 곳도 있다. 문제는 재송신과 관련한 분쟁이 매년 반복되고 현재 진행형이지만 관련 법제도 개선은 전혀 진전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 다시 한 번 송출 중단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연내 재송신 관련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그간 방통위 행보를 볼 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 기준을 만들겠다는 얘기는 사실상 지상파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요동을 치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지상파에 불리한 결정을 할리 없다는 것이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여야, 대통령이 추천한 사실상 정치집단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재송신 중단 사태에 대해 상임위원들은 케이블방송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파국을 막기 위한 조정, 제도개선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여왔다.

그나마 재송신 중단 사태 이후 직권조정, 재정제도 등 방송유지·재개 명령권 신설 등을 도입해 분쟁해결 방안을 마련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다.

분쟁 발생시 조정도 중요하지만 분쟁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에는 애써 시선을 회피한 것이 지난 5년간 끊이지 않았던 방송분쟁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눈치 보지 않고 중립적으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책결정 구조가 필요했다. 방통위 상임위원회는 정치와 독립된 합의제 기구지만 정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2/11/05 10:10 2012/11/05 10:10
방송통신위원회 5년간 방송 못지 않게 통신 분야에서도 매번 뜨거운 이슈가 하나 있었다. 바로 이동통신 요금 인하 문제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당시 통신요금 20%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전이어서 이동통신 요금 이슈는 음성 통화료 및 문자요금 인하에 초점이 맞춰졌다.

통신요금 인하 요구의 근거는 메릴린치나 OECD 보고서였다. 국가간 요금비교 결과 우리나라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만큼, 요금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업자들은 강하게 반대했지만 방통위의 압박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결국 이통사들은 2010년 SK텔레콤을 필두로 1초당 과금제 도입, 문자요금 10원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에는 기본료 1000원 인하가 단행됐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당시 고통분담을 강조했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온나라가 어려우니 통신사들도 요금인하로 화답하라는 취지였다. 당시에도 SK텔레콤이 먼저 기본료 1000원을 인하했고, KT와 LG유플러스가 동참하는 모양새로 귀결됐다.

방통위 출범 이후 이뤄진 요금인하에는 패턴이 있다.

먼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만 무력화시키면 나머지는 알아서 된는 것이다. 발신번호표시(CID) 무료화, 초당과금제 도입 모두 SKT가 먼저 총대를 멨다. 그러면 시장 쏠림 현상과 규제기관의 눈치를 보다가 KT와 LG유플러스가 동참하는 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나 현 이계철 위원장의 공통된 통신요금 인하 정책에 대한 철학은 '경쟁활성화' 였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하하고 후발 사업자가 버티다가 결국은 동조하는 패턴, 이는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의 고착화로 이어졌다.

요금인가제로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을 적정수준에서 묶어 놓으면 후발사업자는 SKT의 요금구조와 거의 비슷한 형태로 내놓는 현상이 반복됐다. 3G는 물론, LTE 등 스마트폰 요금제 구조가 대동소이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요금인하는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이통사들은 규제기관의 권위를 비웃기라도 하듯 보조금 경쟁만을 반복했다. 보조금 가이드라인은 한차례도 지켜진 적이 없다.

요금경쟁 활성화 대신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되다보니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가 스마트폰 구조의 고착화라는 현상도 발생했다. 가입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최신형 단말기가 필요했고, 보조금 지급을 통해 소비자가 고가 단말기를 공짜로 구매하는 듯한 착시효과를 제공하는 식으로 경쟁이 이뤄졌던 것이다.

물론, 이통사들의 경쟁 정책의 한계로도 볼 수 있지만 방통위가 강조했던 경쟁활성화 정책의 실패로 연결되는 부분이다.

이통3사의 경쟁만으로는 고착화된 시장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새로운 경쟁환경을 만드는데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제4이동통신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알뜰폰(MVNO) 정책도 우여곡절끝에 간신히 시행됐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기대이하다. 틈새시장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전체적인 요금수준을 내리기에는 아직까지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자급제 정책 역시 시행된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평가를 내리기 쉽지 않지만 현재까지 성적은 기대이하다.

방통위는 내년 조직개편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마디로 5년간 방통위가 통신요금 정책과 관련해서는 시장도 잡지 못했고, 요금도 팔목비틀기식으로 내렸다는 평가 이상이 나오기 힘들어 보인다.
2012/11/01 11:35 2012/11/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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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 목적은 방송과 통신의 융합, 그리고 ICT 기술과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국가 전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방통위 사무국이 이 같은 목적을 위해 지난 5년간 나름 열심히 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임위원회는 달랐다. 산업보다는 정치가 목적이었다. 방송의 장악과 이를 막기 위한 정치적 대립은 지난 5년간 끊이질 않았다. 방통위의 ‘정치과잉’ 평가의 단초는 방송에서 시작됐다.

‘정치과잉’의 중심에 있는 사안은 바로 종합편성채널사용사업자(이하 종편)의 선정이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우리도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종편 등장의 당위을 강조하곤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 전 위원장이 보수 신문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방송을 선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신문들 모두 사업권을 획득했다. 오히려 방송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태광산업은 가장 많은 자본금에 5년간 1조2000억원을 제작비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큰 점수차로 탈락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방송광고 시장의 크기를 감안할 때 복수의 종편 등장은 전체 시장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방통위는 절대평가 방식을 채택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는 사업자는 모두 승인했다. 보수 신문 중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줬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비판을 피하려 했던 것이다.

종편은 선정 과정에서 수 많은 정치적 논쟁을 낳았고 출범한지 1년 정도 지난 지금은 산업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종편은 중간광고 허용, 광고시간 연장, 공익광고 축소, 광고품목 확대, 직접광고 영업 허용, 자체 제작프로그램 비율 배려, 의무전송채널 지정, 황금번호 부여 등 다양한 특혜를 받았지만 현재 성적표는 0%대 시청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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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순손실 1700억원에 재방률은 50~60%이다. 당초 기대한 고용창출 효과는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출범한지 1년도 안됐지만 일부 종편을 제외하고는 프로그램 다양성 측면에서 '종합'은 사라진지 벌써 오래다.

결과적으로 통신의 경우 시장진입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방송만큼은 정치적 목적에 매몰돼 향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조차 외면한 무책임 정책의 전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모 종편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우리 회사를 인수해달라며 모 기업과 날을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크기와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더기 사업자 선정이 초래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방통위는 시장 초기인 만큼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계철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 국감에서 종편과 관련한 질문에 "초창기여서 단편적으로 보기 어렵지만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평가와는 정반대다.

위피(WIPI), DMB, 와이브로 등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통신정책의 경우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 도입의 취지와 시장상황 측면을 감안할 때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위피의 경우 스마트폰 시대로의 진입을 늦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시로서는 이통3사의 플랫폼 표준화를 통해 콘텐츠 사업 활성화의 기반이 됐고, DMB 역시 모바일TV의 단초를 마련했고 여전히 활용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와이브로지만 이를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이 차별화를 달성할 수 있었고, 소비자 편익도 적지 않았다.

물론, 합종연횡, 구조조정 등을 통해 살아남는 종편이 앞으로 SBS와 같은 상업방송사로 발전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하지만 정책목표가 진짜 제대로 된 미디어 육성이었다고 하면 4개의 종편을 선정해서는 안됐다. 글로벌 미디어 육성은 다른 MPP 등의 지원을 통해서도 달성 가능했다. CJ는 종편 사업자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지상파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다.

방송시장과 콘텐츠 활성화라는 기본적인 정책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등장한 종편은 아직까지는 개별PP, 제작사, 광고시장의 공공의 적이다.

그렇다고 종편을 살리기 위해 앞으로 더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남은 것은 무한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종편이 과감한 투자와 인내심을 통해 제대로 된 종합편성채널로 자리잡는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2/10/31 14:41 2012/10/3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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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 방송과 통신의 정책을 관장하는 곳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들이 지경부, 문화부, 행안부 등으로 이전되고 통신 등의 기능과 옛 방송위의 결합을 통해 탄생한 조직이다. 위원회지만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위원회와는 급이 다르다. 비슷한 레벨을 찾자면 공정거래위원회 정도가 되겠다.

말 그대로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준비하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다. 이제 IT강국 반열에 올라섰으니 예전처럼 정부 주도의 IT 정책이 아닌 통신과 방송의 융합, IT와 다른 산업간의 융합을 준비하자는 것이 방통위 출범 목적이었다.

다만, 방송법·종편 등의 사례 즉,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방통위 출범 목적의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어찌 됐든 대외적으로나 조직, 인력 구성 측면에서 방통위의 정책 목표는 융합 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시키는데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방통위에는 2실 4국이 있는데 기획조정실이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통신정책국과 네트워크정책국은 옛 정통부 업무, 방송정책국은 옛 방송위 업무로 볼 수 있다. 방송통신융합정책실과 이용자보호국은 융합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융합정책실의 주요 업적으로는 IPTV 출범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방통위의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IPTV의 출범과 시장 활성화이다. 예전 정통부와 방송위 시절 IPTV를 놓고 허구한날 다투던 것을 생각하면 IPTV 출범과 시장 안착은 정책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IPTV 성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현재 IPTV가 500만을 훌쩍 넘어서며 유료방송 시장의 의미 있는 한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당초 기대했던 생산유발 및 고용창출 목표에는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방향 콘텐츠 등 방송산업 생태계 차원의 효과도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미 IPTV는 통신사업자의 결합상품 이탈방지용 역할로 전락한지 오래다. 새로운 방송콘텐츠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유료방송의 저가 경쟁만 부추키고 있는 실정이다.

콘텐츠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한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나마 IPTV 이외에는 융합업무에 대한 별다른 정책적 성과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결과는 융합정책을 실행하고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할 방통위가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해 논란이 된 올레TV스카이라이프(IPTV+위성상품)나 DCS(위성방송의 IPTV 전송) 서비스 논란은, 제각각의 방송관련법 논란 등이 대표적 사례다.

DCS와 같은 융합서비스(상임위원들은 조립서비스로 폄하) 같은 새로운 유형의 상품에 대해 사업자 갈등만 초래했을 뿐 관련 법제도는 전혀 진전이 없었다. 가입자 500만이 넘어간 IPTV는 여전히 방송도 통신도 아닌 특별법으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DCS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서비스는 관련 법제도가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해 서비스 중단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DCS의 경우 관련 법규정이 없었던 만큼 기존법의 적용이 불가피했지만 4년이 지나도록 방송통신 융합과 관련한 법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방통위는 15개에 달하는 방송통신 관련법들을 통합 법제화하는 작업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방향성과 연계성을 지니지 못한채 별도로 논의됨에 따라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었고, 당정협의도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한계도 노출했다.

그나마 시도했던 통합방송법 조차도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 당장 몇 개월 뒤면 사라질지 모르는 방통위 조직이지만 지금까지 급격하게 변하는 미디어 시장에 대한 큰 그림, 철학이 없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2012/10/30 09:46 2012/10/3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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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의 5년 평가에서 위원장의 평가를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경우 2기 위원장에 취임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았고, 조직개편을 앞둔 상황임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평가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초대 위원장과 2기 위원장 역임을 하다 불명예 퇴진한 최시중 전 위원장에 대한 평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합의제 상임위원회였지만 사실상 제왕적 위원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과 정책을 집행, 방통위의 ‘정치과잉’ 평가의 시발점이 됐기 때문이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한국갤럽 등을 거쳐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 잘 알려져있다.

5인의 방통위원은 여당 몫 3인, 야당 몫 2인으로 구성돼있다. 1기 이병기 상임위원의 사퇴로 1기 위원회 후반 합류한 양문석 현 상임위원은 합류 이후 본인이 겪은 방통위 조직에 대해 “최시중 위원장의 신정정치”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최시중 전 위원장은 올해 초 사퇴하기 전까지 방통위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에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일은 형님을 통한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최시중 전 위원장에게는 '방통대군'이라는 수식어가 자리했다. 그만큼 최 전 위원장의 영향력은 실로 막강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정치적 측면에서 거대한 권력을 쥐고는 있었지만 그러한 힘을 ICT 정책에는 발휘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정치와 방송 분야의 전문가였을지 모르지만 ICT 분야는 최 전 위원장이 의욕만 갖고 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의 재임 당시 우리의 ICT 국제 경쟁력 지수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와도 방통위는 "그렇지 않다"며 다른 지수를 들이대곤 했다.

문제는 최 전 위원장은 물론, 대다수 상임위원들이 ICT 비전문가였다는 점이다. 방송과 통신의 시장 크기를 단순히 수치화하더라도 현재 상임위원의 산업적 배분은 상당히 정치 편향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실장 등 사무국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했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았다. 합의를 통하 정책결정 구조상 실국과장들의 권한과 책임은 과거에 비해 상당부분 퇴색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이 떠난 지금은 당시의 평가를 인정하며 새로운 ICT 정부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시 제왕의 심기를 건드리는 신하는 없었다. 그가 떠난 후 비로소 현재의 문제점들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머지 2인의 여당측 추천 상임위원들도 최시중 전 위원장의 뜻에 본인들의 철학을 정확하게 일치시켰다. 합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겠다던 상임위원회가 최 전 위원장의 일방독주로 흐를 수 밖에 없었던 구조였다. 야당 측 상임위원들의 회의에서의 퇴장은 시간이 지날 수록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최 전 위원장이 기자들이나 외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캄보디아 여행기이다. 가난에 찌든 캄보디아를 보면서 우리에게 뛰어난 경제 전문 대통령이 필요하고 그 주인공이 현재의 이명박 대통령이다.

대통령과의 이 같은 관계 때문에 최시중 전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의 역할 또한 분명했다. 다음 번에 종합편성 정책에 대한 분석을 하겠지만 최 전 위원장은 종편 출범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망중립성 제도개선, 방송법 시행령 개정 등 방통위 대표적인 만만디 정책과 달리 종편 정책의 추진은 일사분란했다.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 날은 2011년 12월 31일이다.

이날은 토요일이었지만 정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전체회의가 강행됐다. 종편 논의에서 야당 추천 상임위원의 반대와 시장에서의 우려와는 상관없이 최시중 위원장은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 신문에 무더기 사업권을 하사했다. 물론 지금의 방통위는 절대평가 방식이었기 때문에 기준을 통과한 언론에 사업권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 ICT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5년간 시행착오을 겪었다고 현재의 방통위 조직을 다시 바꾸기 보다는 그간의 실패를 향후 방통위 5년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논쟁거리를 늘 갖고 있는 방송을 다루는 방통위 특성을 감안할 때 지난 5년간 상임위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 전 위원장 만큼의 제왕적 권력을 가진 위원장이 다시 오기는 지 않겠지만 정권을 장악한 곳은 방통위를 방송의 통제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최 전위원장이 지난 4년간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너무 안 좋은 사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2012/10/30 09:45 2012/10/30 09:45
12월 대선을 앞두고 ICT 조직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정보통신부 해체는 5년이 지난 지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부처간 의견조율이 실질적으로 어려웠고 세계 ICT 산업 환경이 C(콘텐츠)-P(플랫폽)-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현재의 분산형 거버넌스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정통부+α가 될지, 전혀 새로운 부처가 될지, 방송분야가 독립을 할지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새로운 정부 조직개편에 앞서 현재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먼저 반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새로운 그림을 올바르게 그릴 수 있다. 특히, IT와 산업의 융합차원에서 탄생한 방송통신위원회의 한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방통위의 구체적인 정책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성과와 한계를 집중 분석해 본다.



방송통신위원회의 5년의 평가에 있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조직 문제다. 부처, 청도 아닌 수백개 중 하나인 위원회로 출범한 방통위는 방송위와 정통부를 결합하며 미국의 FCC를 표방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진흥도, 규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생활해온 정통부와 방송위의 동거는 방통위 출범 초기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겉으로 보면 정통부와 방송위의 1:1 결합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방송위가 정통부에 흡수·합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수인 정통부가 조직을 장악했고 그 가운데 보수, 직급, 업무 적응 실패 등의 이유로 방송위 출신들의 이탈이 한동안 이어졌다.

당연히 실·국장 등 고위직은 정통부 출신 행정관료 등의 차지였다. 방송위 업무였던 방송정책 역시 정통부 출신들이 집행했다.

방통위 출범 당시 전체 14명 보직자 가운데 정통부 출신은 9명, 방송위 출신은 3명이었다. 시작부터 방송위 몫은 적었지만 2012년 현재 방송위 출신 실국장은 단 한명도 없는 상태다.

과장급 보직자 현황 역시 상황은 동일하다. 방통위 출범 당시 전체 53명 보직자 가운데 정통부 출신은 35명, 방송위 출신은 18명이었다. 현재 과장금 68명 중 정통부 출신은 50명이고 방송위 출신은 정원 증가에도 불구 17명으로 한명이 줄었다.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공무원 조직의 권위주의적 특성이 많이 반영되고 행정관료 조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폐쇄적, 창의성 결여, 문서화, 위계성 강조 등이 부각됐다"며 "그 결과 방송위 조직의 개방성, 창의성 등 민주적 분위기를 지닌 유연한 조직 특성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라 융합업무를 담당해야 할 전문가 영입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오히려 기존의 방송 관련 인력이 조직을 떠나면서 조직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상임위원회였다. 여야, 대통령 몫으로 구성된 5인의 상임위원들은 전문성, 정책역량 보다는 정당의 의견을 대변할 사람들로 구성됐다.

몸통은 정통부가 더 컸지만 머리(상임위원)은 오히려 방송, 정치 관련 인사가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여 3, 야 2로 구성된 상임위원회는 말그대로 산업정책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 보다는 종편, 방송법 개정 등 정치성이 결부된 사안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재 5인의 상임위원은 방송 및 시민단체가 3명, 통신이 2명이다. 그나마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이계철 위원장이 온 것이다.

이상식 교수는 "방통위 설립은 노골적인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으로 간주됐다"며 "정치적으로 강행된 초대 위원장 임명은 정치적 반발을 초래했고 여타 위원들의 전문성, 미디어에 대한 철학 및 정치적 역량, 사회적 명망 등의 차원에서 문제가 됐다"고 평가했다.



2012/10/29 14:54 2012/10/29 14:54

- 딜라이트닷넷 창간 3주년 특집

방송통신위원회의 한계와 분산된 ICT 정책기능으로 인한 비효율성 때문에 조직개편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현재의 ICT 정부조직 체계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지경부·행안부·문화부 등 정통부의 기능을 물려받은 부처들은 통합 움직임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변화하는 글로벌 ICT 환경에 걸맞은 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지금까지의 큰 그림은 방통위를 포함, 각 부처로 흩어진 ICT 정책기능을 한 곳에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 분야와 콘텐츠, 규제기능 등을 어떻게 담을지가 논의의 핵심이다.

지경부 등으로 흩어진 ICT 기능을 한 곳에 모으는 것이 결국은 정통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와 진흥은 물과 기름인 만큼 섞어놓아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ICT 정책 분산 이후 정통부가 재조명 받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정통부는 늘 조직개편의 대상이었지만 승자가 독식하는 ICT 환경하에서는 강력한 추진력과 독임제 방식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문제가 있기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예전 WCDMA,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등 정부주도의 진흥정책 방식은 현재의 ICT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것도 사실이다. 예전에는 방송과 통신 정책이 따로 국밥이었어도 됐지만 지금은 아니다.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ICT 패러다임 변화를 고려할 때 단순히 정책기능을 한 곳에 모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통부 시절부터 우리나라는 N(네트워크)과 D(디바이스)는 전통적으로 강한 분야였다. 하지만 구글 등 글로벌 ICT 기업 주도의 플랫폼 경쟁환경을 고려할 때 P(플랫폼)를 포괄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진흥 및 규제 정책을 기대할 수 없다.

아울러 지금까지 문화적 시각으로 다뤄왔던 C(콘텐츠) 분야 역시 아우를 필요가 있다. 유통 측면에서 플랫폼과 네트워크와의 유기적인 정책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콘텐츠, 소프트웨어 산업 역시 성장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뜨거운 감자인 방송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개편 논의에서 가장 이견이 많은 부분이 방송을 과거 방송위원회처럼 완전히 독립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과거 정통부와 방송위 시절을 복기해보면 그리 훌륭한 대안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학계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임제 내에 독립적 기능을 갖춘 방송관련 위원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방송과 통신을 더 이상 별개로 보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직 정통부 장차관과 ICT 유관 협단체 등이 참여해 최근 출범한 ICT 대연합은 "국가는 ICT 생태계 활성화를 방해하는 수많은 시장실패 원천들을 찾아내 해결하는데 주저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흩어진 기능을 모아야 한다는 큰 그림은 그려져 있다. 이제 그림에 색을 칠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쪼개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다시 모으고 개선시키는 것은 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이 명확하다면 이해관계를 넘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12/09/26 13:30 2012/09/26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