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시장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ICT 시장을 주름잡는 사업자들은 디바이스 업체나 네트워크 기업이었다. PC 시대가 열리며 델(DELL) 처럼 유통망의 혁신을 통해 선두그룹으로 치고 나온 기업들이 등장했고 MP3, 네비게이션, PMP 등 새로운 유형의 디바이스 사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ICT 발전을 이끌었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노키아, 삼성전자 등 거대한 제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경쟁상황은 하드웨어의 성능, 기능, 디자인에 국한됐다. 휴대폰 부문에서는 전통적인 강호 모토로라가 쇠약해졌고 노키아라는 새로운 강자가 세계를 호령했지만 성공과 실패는 하드웨어와 가격, 유통능력에 따라 결정됐었다.

하지만 세계 ICT 시장이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변모하면서 경쟁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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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N-D의 정점에 있는 사업자로는 애플과 구글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과거부터 매력적인 디바이스를 만드는 사업자였지만 굳건한 매니아층만 보유했을 뿐 한 번도 시장을 리드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매력적인 디바이스에 앱스토어라는 디지털 생태계를 접목시키며 일약 세계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애플은 N을 가지지는 못했지만 C-P-D에서는 가장 강력한 사업자 중 하나다.

구글은 D와 N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안드로이드라는 운영체제를 통해 경쟁력 있는 디바이스 업체들을 울타리에 모으는데 성공, C-P-N-D 생태계를 리드하고 있다.

C-P-N-D로 재편된 생태계의 핵심으로는 C가 꼽히고 있다. 하드웨어 성능과 네트워크 속도가 일정수준에 오르면서 N을 통해 유통하고 D를 통해 즐길 수 있는 C가 필요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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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시대가 도래하면서 아마존과 같은 사업자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풍부한 C를 바탕으로 애플이 장악하던 태블릿PC 시장을 잠식했다. D를 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전형적인 패턴에서 벗어나 C를 통한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C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곳은 바로 N 사업자들이다. N 사업은 막대한 투자비를 유발했지만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유선 네트워크에서 소비되던 C가 모바일로 옮겨가면서 망중립성 등의 이슈가 발생했고, 인터넷전화(VoIP), 모바일인스턴트메신저(MIM)의 등장은 수익감소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전 세계 N 사업자들은 글로벌 통합 앱스토어(WAC)를 만들고 그들만의 메신저를 만드는 등 주도권을 되찾아오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C와 P의 강점을 바탕으로 C-P-N-D 중심의 수직통합 전략의 완성을 위해 D시장에 대한 도전과 함께 N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N은 통신사와 제휴하거나 기존 인프라를 활용했지만 이들 글로벌 사업자들은 와이파이를 중심으로 N까지 통합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설득 방송용 주파수 유휴대역인 '화이트 스페이스'를 개방에 성공했다. '화이트 스페이스'를 통해 저렴한 투자비로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하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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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역시 오프라인 상점들과 제휴를 통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진행한 바 있고, 아마존도 올해 3월 델타 항공과 제휴를 통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무료로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C를 파는 전략이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슈퍼 와이파이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이트 스페이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 유통이나 새로운 서비스 등장시, 망중립성 논란으로 시끄럽지만 와이파이가 대안으로 자리잡을 경우 통신사들의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 있다.

유선PC의 경험이 모바일로 옮겨오면서 기업들은 수많은 기회와 위협에 노출돼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노키아 제국이 불과 몇년만에 사라질 기업 1순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카카오처럼 임팩트 있는 기업이 등장하는 가 하면 유선 메신저 부동의 1위였던 SK컴즈는 모바일 전략의 실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거나 부족한 부분은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C-P-N-D 시대가 왔다. 현재 갖고 있는 곳간만 지키려 문에 자물쇠를 거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2012/11/15 13:58 2012/11/15 13:58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세상에 등장시키며 전세계 휴대폰·이동통신 경쟁지형을 송두리째 바꾸었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지도 벌써 1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행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혁신'이 될 것입니다. 비록 사회공헌에 인색했고, 괴팍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가 전세계 ICT 산업에 미친 영향은 말 그대로 혁신적이었죠. 

잡스의 최대 공로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앱스토어를 등장시킨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경쟁을 촉발시켜 기업들의 경쟁력을 상향평준화 시킨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싼 값의 적당한 제품에 올인하던 노키아를 끌어내렸고 삼성전자, LG전자, 림, MS 등 글로벌 기업들을 궁지에 몰아부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노키아나 림 처럼 내년에 파산할 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휴대폰 1위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이나 신흥강자로 떠오른 HTC 같은 곳들도 있습니다.

노키아나, 림 역시 쉽지는 않지만 살아남기 위해 잡스가 실천해왔던 '혁신'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살아남은 기업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정작 애플은 잡스 사후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고 실적은 사상최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 애플이 이러한 평가를 받는 것은 잡스 사후 '혁신'보다는 '소송'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애플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혁신'의 잣대를 적용하는 것도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전히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강력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한동안 경쟁력을 이어가겠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제2의 노키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플랫폼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장터의 경쟁력이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잡스가 보여줬던 엄청난 '혁신'은 사실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여전히 잡스를 그리워할 것이고 그가 보여준 '혁신'을 남아있는 사업자들에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등장 이후 부침을 겪었던 우리 기업과 정부에게는 새로운 도전과제와 기회가 놓여져 있습니다.

혁신이 없이 현재에 안주하게 되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기업들은 배웠고, 정부 역시 정통부 해체 이후 정책과 규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깨달았을 것입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잡스가 남긴 말은 비단 애플 뿐 아니라 우리 기업,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2012/10/05 15:02 2012/10/05 1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