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휴대폰 유통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이용자 차별을 없애겠다며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됐다. 법 시행 초기 극심한 시장혼란이 발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법 시행 2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와 부족했던 부분, 앞으로 전망 등을 2회에 걸쳐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말기유통법 시행 2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 성과와 효과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부에서는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에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 알뜰폰 시장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일부 소비자 단체 및 이용자들은 지원금 상한을 조기에 폐지하거나 상한선 확대,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폭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단말기유통법이 도입부터 시행 2년이 지나도록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지원금 상한제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업의 자율적인 마케팅을 정부가 법으로 제한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현재 지원금 상한은 33만원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통사가 최신 휴대폰에 상한선 33만원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란 시절의 상당했던 보조금을 기억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연간 마케팅 비용이 법 시행 여부와 상관없이 비슷하지만 여론 측면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지원금 상한제 조기 폐지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 기재부와 청와대 등이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실제 방통위가 검토에 착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줄기차게 법의 실효성을 홍보하던 정부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방통위원들이 지원금 폐지를 보류하기로 결론내리면서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여야 할 것 없이 몇몇 의원들이 지원금 상한 폐지를 골자로 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을 제출하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논의는 다시 불붙고 있다.

그렇다면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될 경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 조정, 지원금 분리공시 도입, 단말기 출고가격 상승 등의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정치권이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분리공시에는 저마다 입장이 다르다. 지원금 상한제만 떼어놓고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제조사의 반대, 의견수렴을 위한 논의 과정 등을 거치다보면 일몰기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무엇보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단말기유통법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만큼, 방통위와 미래부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방통위는 논란이 한창일때 상한제 폐지에 반대한 바 있다.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간 축소나 지원금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 일몰규정을 6개월 단축하자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한 일몰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지원금 상한선을 높이는 방안도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미래부도 낮은 요금제에서도 고가요금제 만큼의 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고시개정을 추진하는 등 지원금 상한제를 둘러싼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찌됐든 폐지나 일몰기간 축소, 상한선 확대 등 모두 실현여부를 점치기는 어렵다. 다만, 정부의 평가와 이용자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이용자편에서 꾸준히 개정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지원금 상한제도가 일몰시점인 내년 10월까지 유지될 경우 제도가 다시 연장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선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소비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되더라도 이통사의 지원금이 이용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가능성은 낮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제도가 존재하는 한 지원금 수준이 평균적으로 상승할 경우 할인율 조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돈이 이중으로 들어간다. 물론, 신도림 테크노마트처럼 스팟성 대란 수준의 지원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수혜자는 극히 일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원금상한제가 일몰되면 그 다음 타자는 분리공시 도입이다. 전체적으로 지원금 수준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원인과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누가 지원금을 얼마나 썼느냐는 이슈는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6/09/26 13:14 2016/09/26 13: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신임 원장이 오늘(11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KISA는 2009년 7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와 한국인터넷진흥원(NIDA), 정보통신국제협력진흥원(KICCA) 3개 기관이 통합해 출범했습니다.

이제 출범한지 만 5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하지만 원장은 벌써 4번째입니다. 평균 1년 조금 넘게 원장직을 수행한 것입니다.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인터넷·정보보호 전문기관인 KISA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요.

KISA 초대원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 17대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여성 청와대 대변인, 최연소 여성부 장관 등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는 김희정 여성부 장관입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KISA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하지만 1년 남짓 KISA에 머무른 김 전 원장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고 19대 총선에서 화려하게 정치인으로 부활했습니다.

김 전원장의 뒤를 이은 2대 원장은 KT 출신인 서종렬씨입니다. 서 전원장은 통신사 출신으로 보이지만 그의 이력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전문위원이라는 타이틀이 존재합니다. 서 전 원장은 2012년 6월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하게 됩니다.  

3대 원장은 현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1~2대 원장에 비하면 그는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관련 업무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평가됐지만 그 역시 임기를 마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4대 원장에 백기승 전 청와대 비서관이 임명됐습니다. 또 다시 정치, 청와대 등의 단어가 개입되고 말았습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임명했지만 실체가 따로 있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최양희 장관은 “정치권 인사는 배제하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됐습니다. 모양새만 빠지게 됐습니다.

추석연휴 직전 날, 업무 종료 20여분전 기습발표. 누가봐도 떳떳하지 못한 인사였습니다. 야당에서는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학습효과 때문일까요. 신임 원장은 얼마나 KISA에 머무를지, 정말 업무는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누구처럼 논란거리나 만드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정통부(MIC)는 몰라도 KISA는 안다”는 한 고위 공무원 말이 귀에 맴돕니다. KISA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보안, 인터넷 분야의 최고 기관입니다. 아무리 양보해도 정치인, 청와대, 대통령 등의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KISA 원장 인사는 그냥 포기하며 지켜보는 상황이 됐습니다. KISA 원장이 되기 위한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해지는 날입니다.
2014/09/11 16:45 2014/09/11 16:45
2.1GHz 주파수 용도 확장을 놓고 LG유플러스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는 3G 용도로 할당된 2.1GHz 주파수에서 LTE를 사용해도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KT는 올해 초 3G 용으로 사용 중인 2.1GHz 주파수 대역 40MHz폭 중 20MHz를 LTE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해달라고 미래부에 요청한 바 있는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다른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은 2G 또는 3G 이상으로 기술방식이 지정돼 진화기술 수용이 가능했지만 WCDMA로 이용중인 2.1GHz 대역은 기술방식이 비동기식기술(IMT-DS)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기술방식 변경없이 LTE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가 불분명했습니다.

하지만 미래부는 "ITU는 진화기술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LTE도 IMT-DS의 진화기술로 포함되어 있다. 국내 정책도 기술개발 및 서비스 보급촉진, 경제활성화 등 국민편익 증진측면에서 기술진화를 최대한 적용해왔음을 고려할 때 기술방식 변경없이 LTE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래부의 발표 이후 SK텔레콤은 조용한 반면, LG유플러스는 "KT에 대한 특혜"라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4배 빠른 LTE 서비스(3밴드 CA)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대역이 3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KT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에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1.8GHz 인접대역 주파수를 확보했죠. 1.8GHz대역에서 광대역화를 할 수 있었지만 3밴드 CA 구현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문제는 경쟁사들이 연내 3밴드 CA를 상용화할 예정이라는 점입니다. 속도경쟁에서 밀릴 경우 가입자 이탈은 불보듯 뻔한 일입니다. 어떻게든 LTE 주파수 대역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됐고, 3G 용도로 사용되던 2.1GHz가 대상이 된 것입니다.

LG유플러스가 미래부의 용도변경이 특혜라고 주장한 배경입니다.

특혜, 또는 공정경쟁은 종이 한장 차이입니다. 또 다른 경쟁사인 SK텔레콤은 조용합니다. 이유야 간단합니다. 3G로 사용하던 2.1GHz 주파수의 LTE 변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좀 더 다양한 네트워크 전략 운용이 가능해졌습니다.

SK텔레콤과 KT 입장에서 이번 미래부 결정은 공정경쟁, 산업진흥 정책입니다. 2위 사업자를 추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는 특혜가 되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2.1GHz 주파수를 둘러싼 특혜 논란은 2011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처음 주파수 경매가 도입됐었는데 황금주파수 평가를 받던 2.1GHz 대역에는 SK텔레콤과 KT의 참여를 배제했었습니다.

당시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은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표현를 써가며 주파수 할당을 요구했었습니다. 우리만 2.1GHz 주파수가 없어서 만년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KT의 사례는 애매합니다. 미래부가 용도변경하지 않았는데 KT가 LTE 용도로 써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같은 기술진화 서비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규제라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해외 주요국가들도 표준내에서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기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LG유플러스의 경우 말 그대로 유효경쟁정책의 결정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형편이 어려우니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고 정부는 화끈하게 도와줬습니다.

"경쟁적 수요가 있는 대역에 대해서는 대가할당 방식 외에 가격경쟁을 도입한다"는 경매제도 취지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특혜 시비가 불거질 줄 알면서도 정부는 왜 LG유플러스에 주파수를 안겨줬을까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은 '공정경쟁'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주파수 소유 여부에 따라서 경쟁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경쟁사들은 이같은 판단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2.1GHz는 3G에서 황금대역이었지만 LG유플러스는 3G에서 사용할 계획도 없었습니다.

주파수 정책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기업의 유불리에 따라 특혜가 될 수도 공정경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KT와 LG유플러스 사례 중 어느 것이 더 특혜에 가깝다고 보십니까?

2014/09/04 10:52 2014/09/04 10:5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는 10월부터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시행됩니다. 이름도 길고 어려워 보입니다.  

이 법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휴대폰 보조금 지급 규모와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건데요. 누구는 공짜폰, 누구는 50만원 주고 사는 차별적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겁니다. 이 법의 제정을 추진해온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표현하더군요.

하여튼 휴대폰 보조금과 관련해 ‘차별금지’가 이 법의 취지가 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9일, 10일에 걸쳐 세부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는데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받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앞으로는 기존의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는 이용자의 경우 단말기를 교체시 받게 되는 보조금 대신 그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조금 혜택이 같아지고 무분별한 단말기 교체를 줄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전에 비해 차별이 상당부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법의 시행을 놓고 많은 이용자들은 불만을 제기합니다.

왜 정부가 민간 사업자가 돈 쓰는 것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냐는 것이죠. 정보에 능통한 젊은층이나 휴대폰 교체주기가 빠른 사람들은 이 내용이 유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00대란’ 등 특정기간에 100만원에 육박하는 보조금이 지급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최신 스마트폰에 이렇게 많은 보조금이 지급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보조금을 줘야 할 뿐 아니라 약정이 끝난 휴대폰을 계속 사용하는 이용자에게도 비슷한 수준에서 요금할인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사들이 과거에는 보조금 가이드라인 상한선(27만원)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단말기유통법이 마련된 이후에는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도 앞으로는 이통사들이 과거처럼 많은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법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의 말입니다.

“보조금 규모가 커지면 이에 수반해 요금할인 규모도 커진다. 구조적으로 이통사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재무적으로 훨씬 많은 마케팅 비용을 들일 수 밖에 없다. 보조금을 줄이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래서 이통사들이 보조금 상한선을 낮춰달라고 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보조금을 25만원만 지급한다고 해도 요금할인으로 똑 같이 25만원이 나갑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50만원 쓴 것과 동일합니다. 예전에는 눈치 보면서 번호이동만 하는 일부 소비자에게 50~6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뿌렸지만 앞으로는 보조금을 줘야 할 모수가 훨씬 늘어납니다. 그러니 보조금 상한선을 낮추고, 적게 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보에 능통한 이용자들은 아마도 혜택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법을 공산주의에 비교하기도 합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똑같이 못살게 됐으니까요. 반대로 예전처럼 그냥 이용했는데 요금을 깎아줘서 기분이 좋을 이용자들도 있겠지요. 알아서 챙겨주는 진정한 복지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없습니다. 이통사들의 마케팅 비용만 보전해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 배만 불리는 악법(惡法)이 될지,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 하는 선법(善法)이 될지는 한 1년 정도 지켜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2014/07/11 09:31 2014/07/11 09:31

13 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 위원장의 규제 철학, 언론관, 산업관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방통위는 다른 독임제 부처와는 달리 5인의 상임위원들의 합의에 의해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이 위원장의 철학과 세계관이 정책에 100% 반영되는 구조는 아니다.

예전 최시중, 이계철 전 위원장과 비교하면 확연히 다른 부분이 있다. 최 전 위원장의 카리스마와 정치력을 갖췄고, 이 전 위원장의 산업관 또한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기본적으로 공정성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규제 측면에서는 옛 위원장들에 못지않은 강성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시중 전 위원장의 경우 통신에, 이계철 전 위원장은 방송 부분에 취약했다. 청문회나 국회 업무보고 때마다 직원들 도움받기에 급급했다.

상대적으로 이 위원장의 경우 자신이 이끌어가야 할 조직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방송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분야에서 업무 파악이 돼있다는 것이 방통위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금까지 이 위원장은 정치인 이경재의 모습이 강했다. 원래 언론인(동아일보) 출신이고 공보처 차관 등을 역임해 역대 위원장 중 언론, 방송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인다.

자신의 철학과 방향성 제시도 상대적으로 명확했다. 물론, 옛 방통위와 신 방통위의 업무는 다르다. 대부분 통신, ICT 업무가 미래부로 이관됐기 때문에 이 위원장이 감당해야 할 부분도 줄어들었다.  

이 위원장은 방송과 관련해서는 공정성을 강조했다. 수평적 규제체계를 만들고 사업자간 공정경쟁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방송정책을 기대할만 해 보인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문제 해결의지, KBS 수신료 문제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통위원장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치적으로 투명해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 최 위원장은 수 많은 비판속에서도 결국 무더기로 종편사업자를 선정한 바 있다. 방송 분야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때 위원장이 앞장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위원장 역시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최근 이 위원장의 행보 중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유사보도 채널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다. 이미 방통위는 방송법상 보도가 금지된 전문편성 방송사의 유사보도실태 조사에 나섰다.

유 사보도채널의 보도 행위에 대한 논란은 계속돼왔다. 하지만 최근 이 위원장의 발언, 그리고 방통위의 조사는 정치적 강도가 높아지는 풍자 프로그램이나 토론프로그램, 특히 여권이나 청와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최 전 위원장의 별명인 ‘방통대군’대시 ‘공정대군’으로 불리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공정대군’으로 평가를 받으려면 매사에 공정해야 한다. 스스로 공정했다고 생각해도 방송통신 규제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 수장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불공정 시비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경재 위원장과 최시중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인 출신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평가는 다르기를 희망한다.

3년 후 이경재 위원장이 '공정대군'으로 평가 받을 수 있을지, 최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제2의 '방통대군'으로 불리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온전히 자기 몫이다.


2013/05/14 09:38 2013/05/14 09:38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당시부터 업계의 해묵은 이슈였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사안들이 적지 않다.

종합편성 채널사용 사업자 선정의 경우 사회적, 정치적으로 상당히 논란이 됐음에도 불구, 방통위원장의 강력한 의지로 강행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방송법 시행령 개정, 망중립성 문제 등은 방통위 출범 5년이 다되도록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있다.

문제는 연구반을 운영하며 일정부분 결론에 도달했음에도 불구, 방통위가 정책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한 정책에 대해서는 해외사례 등을 들며 정책결정을 유보하면서 다른 한 쪽의 경우 해외에서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 국내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정책 결정이 지연되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정책지연 사례를 꼽자면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통합방송법 제정 및 비대칭 규제 해소, 망중립성 원칙 제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게다가 방송, 통신의 융합을 위해 출범했지만 이를 아우르는 법조차도 만들지 못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의 경우 사업자간 끊임 없는 분쟁은 물론, 방송의 블랙아웃 사태라는 극단적인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제도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통 방통위는 주요 정책결정에 해외 사례를 많이 참고하고 홍보하기도 한다. 해외 대부분 국가들은 케이블SO나 위성방송사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재송신할 때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 등 우리나라처럼 재송신 분쟁이 발생하는 국가들도 있지만 사업자간 계약에만 맡겨 놓지 않는 것이 큰 흐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수년째 분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방통위는 사업자간 협상에만 맡겨놓고 있는 실정이다. 방통위는 올해 안에 지상파 재송신 제도개선 방안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연내 정책 수립”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정책방안 수립, 문제점 진단이 우선인데, 대가 산정에만 매몰돼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통합방송법, 융합관련법의 미비도 대표적인 정책 실기 사례로 꼽힌다.

IPTV는 특별법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방송법상의 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비교할 때 비대칭 규제가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통합방송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방송통신 발전에 대한 종합계획 수립이 이뤄지지 않아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망중립성 문제 역시 원칙을 수립하는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수차례의 전문가 그룹의 논의를 통해 방향성이 제시됐지만 정작 정책 방향은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OTS나 DCS 등 방송과 방송 결합 서비스가 등장할 때 마다 명확한 법규정이 없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방송통신 융합을 위해 융합실이 존재했지만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방송정책과 통신정책은 별개로 추진됐다.

이에 대해 이상식 계명대 교수는 "과거 방송과 통신이 분리되어 있던 수직적 규제틀에서의 조직 운영방식이 그대로 적용됐다"며 "외양만 융합조직이지 실제로는 과거 조직을 병렬적으로 합쳐놔 두 기구 통합 이후 실제 운영에서는 전혀 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물론, 방송과 관련된 정책의 경우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사안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방통위 의지만 갖고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출범 5년이 되도록 융합과 관련한 변변한 법제도를 마련하지 못했고, 사업자간 분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2012/11/15 10:47 2012/11/15 10:4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방송통신위원회는 5인의 상임위원이 전체회의를 통해 합의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다.

위원회이기 때문에 부, 청 밑이고 방통위원장은 국무위원도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 위상은 수 많은 위원회 중 하나에 머무르지 않는다. 방통위원장은 사실상 예전 정통부 장관과 같은 지위를 갖고 있고 상임위원들은 차관급에 해당된다.

즉, 장관 1명과 4명의 차관이 합의를 통해 방송·통신 및 ICT 현안에 대한 정책, 규제를 결정하는 곳이 바로 방송통신위원회인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 실패에 대해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바로 이 합의제 구조의 상임위원회이다.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 1명을 임명하고 여당이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한다.

상임위원 구성부터가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방송 특수성을 감안할 때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장은 여당 및 청와대의 방송철학을 대변할 사람이 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여야가 상임위원을 추천하니 당연히 상임위원회가 정치화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불명예 퇴진한 최시중 씨가 초대 방통위원장 자리에 올 때부터 상임위원회의 파행 운행은 예정돼 있었다. 기자 출신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인 그가 우리나라의 통신, ICT 정책을 총지휘 한다는 것 자체로 방통위에 대한 정권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까지 거쳐간 상임위원들 면면을 보면 전문성을 확보한 인사보다는 각 당의 철학을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지적한 종편정책, 통신정책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인사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정치화된 조직이다보니 상임위원이라는 책임도 손쉽게 벗어버리곤 했다.

1기의 경우 이병기 전 상임위원이 임기를 1년 앞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대 교수 출신인 그는 표면적 이유로 "대학에 복귀해 인재를 육성하겠다"를 들었다. 하지만 정치적 쟁점이 빈번하게 발생한 방통위에서 기술전문가로서 한계를 느껴 사퇴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최근에는 신용섭 상임위원이 사퇴, EBS 사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 부결에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방통위는 위원회 조직이지만 상임위원들은 장차관의 지위와 권한을 갖는다. 그리고 임기 3년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수시로 교체되는 부처의 장차관과는 다르다. 하지만 정치적 의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손쉽게 상임위원 자리를 내던지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상임위원회 조직의 정치화는 출범 때부터 예견됐고, 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러한 상임위원회 구조 때문에 급변하는 ICT 환경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꾸준히 제기됐다.

이같은 합의제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차관급 사무총장 도입 논의가 있었지만 이 역시 여야의 의견대립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건전한 토론을 통한 합의제를 표방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MB 정부의 방통위는 스스로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 위에서는 정치로 싸우고 나가고, 밑에서는 내년 ICT 통합 부처가 어떻게 구성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업계의 작은 소망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2012/11/09 09:35 2012/11/09 09:35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실질적 임기 몇개월을 남겨놨기 때문일까?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8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유는 8일 오전 열린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최종 부결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서이다.

양 위원은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철저히 속았다"며 "MBC 노조에게 상임위원직을 걸고 믿어달라고 했고 이제 그 책임을 지려 한다"고 밝혔다.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이달에만 2명의 상임위원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지난 2일에는 신용섭 위원이 갑작스레 퇴임식을 갖고 EBS 사장 도전의사를 밝힌 바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 임기는 3년이다. 다른 부처의 장차관들이 수시로 바뀌지만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은 법으로 임기를 보장해 준다. 그만큼 정책의 일관성, 책임이 중차대함을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열흘새 상임위원 2명이 사퇴하거나 사퇴의사를 밝히고, 다른 상임위원은 KBS 사장직에 응모하려고 하다가 무산되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기 상임위원들의 임기는 아직 1년 이상이 남아있다.

하지만 내년 ICT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실질적으로 방통위원들의 임기는 채 몇달이 남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다들 부담 없이 떠나거나 떠나려는 모양새다. 행정공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과 관련 정치적 호불호를 떠나서 방통위원직은 그렇게 쉽게 들어오고 내던지는 자리는 아니다. 임기 도중에 자기 살길을 찾거나 욕심을 냈던 자리에 도전하는 자리 아닌 것이다.

방송과 언론의 민주화도 중요한 의제지만 ICT 산업의 진흥과 규제 결정의 최종 책임자가 바로 방통위원들이다. 단순히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방통위원자리를 내팽겨치는 자리는 아닌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권리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듯 하다.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나.

양 위원의 사퇴가 수리되면 몇 개월짜리 상임위원이 또 한명 내려와야 한다. 정상 절차를 밟으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실질적인 임기말에 누군가 부랴부랴 와야 한다. 또 만만한 방통위 실장 출신이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다. 정권말 방통위원들의 엑소더스 현상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 상임위원회에 확인사살을 하는 행위다.

2012/11/08 14:43 2012/11/08 14:43
"애플 DNA는 기술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기술에 인문학을 융합해야 한다."

애플의 성공, 아니 고(故) 스티브 잡스의 성공은 인문학과 첨단 IT기술의 융합에 있었다. 잡스는 기술 일변도의 하드웨어 시장에 그의 철학인 인문학이 반영된 아이폰을 세상에 선보이며 세계 ICT 지형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2 발표 기자회견에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One more thing"을 생략하면서까지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강조했다. 그는 "내 모든 기술을 바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인문학은 잡스에게 있어 절대적이었다.

세상을 떠난지 1년이 지났지만 잡스가 던진 인문학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화두는 여전히 현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잡스 사후 이후 애플이 혁신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잡스가 보여줬던 새로운 인문학적인 요소가 제품에 녹아있지 않았다고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확한 기술과 두루뭉실한 인문학의 융합은 쉽지 않다. 그럴싸해보이지만 너무나 추상적이다. 그래서 잡스를 천재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어찌됐든 잡스의 혁명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인력 양성 프로그램 제목이 한국의 빌게이츠를 키우자 였다면 지금은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자는 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잡스를 배우고자 하면서도 그가 강조한 인문학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관심한 듯 하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키우겠다며 예산을 편성하고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로 재편되는 ICT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해 흩어진 ICT 정부조직 통합을 논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중심, 조직중심이다. ICT 정부 정책의 실패의 가장 큰 이유를 분산된 조직 기능으로 돌리는 이유다.

6일 국회 문방위 전체회의에서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이 던진 질문에 이계철 방통위원장의 답변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내년 방통위 사업 중 인문학과 연결된 내용을 묻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예산편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답해 질문한 최 위원을 당황하게 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예산편성 하다보면 여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잡스를, 애플을 배우자고 하면서도 성공의 핵심요소인 인문학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국의 잡스를 육성하겠다면 보다 창의적 도전과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과연 단순히 개발자 육성에 예산좀 배정한다고 잡스가 나올 수 있을까?

방통위는 ICT 벤처 생태계 부활 프로젝트인 K-스타트업을 시행하면서 실패한 벤처기업을 위해 패자부활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기간의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실패를 통해 학습하고 이를 다시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들은 정책실패를 두려워 하고 있고 창의적인 도전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ICT 강국 도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ETRI는 성과에 매몰돼 있고, 잡스를 배우자는 방통위는 인문학은 철저히 외면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디바이스(D)와 네트워크(N)는 꾸준히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하드웨어 중심의 사고를 깨지 않는한 콘텐츠(C)와 플랫폼(P)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2/11/07 10:04 2012/11/07 10:04
올해 이동통신 전체를 꿰뚫는 화두를 하나 꼽자면 단연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기존 3세대(G) 네트워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LTE는 국내 4G 이동통신 기술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서비스 개시 1년여 만에 가입자 1000만을 돌파했다. 연말 이통3사의 목표는 1600만명이다.

반면, LTE에 비해 5년 이상 먼저 서비스에 들어간 와이브로는 위태위태하다. 저렴한 이용료에도 불구, 여전히 가입자는 정체상태다. LTE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만명에 머무르고 있다.

그렇다면 와이브로 정책이 실패했다고 볼 수 있을까? 투입 비용 대비 가입자 숫자만 놓고 보면 명백한 실패이다. DMB, 위피(WIPI)도 모두 결과만 놓고 보자면 실패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정책의 실패와 성공을 얘기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수 없다. 가입자만 놓고 보면 와이브로는 명백한 실패지만 우리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주도했고, 실제 상용서비스 및 수출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책실패로 매도하는 것은 과하다.

DMB, 위피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며 등장한 다양한 모바일TV 때문에 DMB가 어려워졌고, 폐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위피 역시 아이폰 도입 등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지만 정책이 도입됐던 당시로서는 나름의 정책적 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 와이브로를 통해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용자들 역시 LTE 도입 한참 전부터 고속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물통신, 데이터 통신 측면에서 이용가치가 남아있다.

문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ICT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발 빠른 개방정책이 필요했지만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특히, 와이브로의 경우 국산기술 활성화라는 정책 달성을 위해 글로벌 표준 대세에 역행하는 오류를 범할 뻔 했다. 방통위는 그동안 우리 기술로 개발한 와이브로를 시장에 정착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자들을 압박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LTE라는 단어는 통신3사, 삼성전자 등에게는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금지어였다. LTE를 준비하고 있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와이브로에 올인한 방통위 눈치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와이브로와 LTE 격차는 커져만 갔다. 그럼에도 불구, 방통위 입장은 변화가 없었다. 물밑에서 사업자들이 LTE를 준비하고 있어도 와이브로가 LTE에 비해 비용, 효율성이 높다고 외쳤다.

사업자들이 방통위 눈치를 어느 정도 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화가 있다. 2010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에서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부스를 방문한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에게 “지난해까지는 (분위기상) LTE 얘기를 꺼낼 수 없었지만 안되겠다 싶어 이젠 공개적으로 LTE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에 최 전 위원장은 “두 가지 다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우리 기술이 다수 반영된 와이브로를 살리기 위해 애써 LTE를 외면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방통위가 통신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LTE 기반의 네트워크이다.

지금처럼 우리가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1990년대 초반. 정보통신부는 미국의 TDMA, 유럽의 GSM 대신 CDMA라는 낯선 기술을 채택,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통신사와 단말기 제조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고 IT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방통위는 와이브로가 제 2의 CDMA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상황은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방통위 스스로 밝혔듯이 우리의 IT 경쟁력이 정부가 앞장서 따라가는 시대와 같지 않다. 우리 기술이 표준화 경쟁에서 승리하고 활성화 된다면 정부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사업자들에게도 많은 혜택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이통사들이 LTE 대신 와이브로에 올인했다면 이는 방통위의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남을 뻔 했다.

2012/11/06 09:43 2012/11/06 0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