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로 한국발(發) 스마트폰 운영체제(OS)를 개발한다고 합니다.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휴대폰 제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업자들이 연합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김재홍 지경부 성장동력실장이 22일 기자들과 만나 밝힌 내용입니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중심의 생태계가 세상을 장악하고 있으니 우리만의 생태계를 조성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최근 세계 모바일 시장은 구글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이어져온 구글과 휴대폰 사업자간 합종연횡 구도가 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HP가 PC 사업 분사에 웹OS 모바일 기기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모바일 시장에서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애플과 구글 양강체제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니 우리도 직접 OS를 만들어보자는 건데요.

하지만 관(官) 주도의 OS 개발이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T 부문에서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사업자들을 따라오게 하는 전략을 취해왔습니다.

세계 첫 상용화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CDMA나 초고속인터넷, 와이브로, DMB 등 IT 강국 견인차 역할을 했던 성과들은 대부분 정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OS 개발 역시 탑다운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인데요. 이미 우리는 정부 주도로 모바일 플랫폼을 한 번 만든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위피(WIPI) 인데요. 대표적인 실패 사례, 스마트 시대의 역주행 등 말이 많지만 위피는 이동통신사의 독점적 횡포를 막고, 개발자들에게 그나마 나은 환경을 조성해줬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단지 지속적인 이노베이션(innovation)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통신3사, 몇몇 휴대폰 제조사를 상대로 하는 위피 같은 플랫폼이라면 정부 주도로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물에 갇혀 밖으로 나오지 못해 경쟁력을 상실한 일본 휴대폰 제조사의 사례를 보듯이 현 시점의 IT는 국내만 바라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미 애플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의 기술과 서비스는 국가의 벽을 허물고 속속 우리의 손으로 책상위로, 거실을 장악해 가고 있습니다.   

김재홍 지경부 실장의 OS 개발 발언이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으니 다시 한번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과거의 경험으로 나온 것인지, 실제 시장 플레이어들의 요청에 의한 것인지 대충 짐작은 갑니다.

애플의 아이폰 개발이나, 구글의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HP의 PC 사업 분사 및 웹OS 포기 등은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해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혁신하고,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때로는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를 띄우기도 하고,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패를 할 때도 있지만 남들과는 다른 노력으로 커다란 과실을 얻기도 합니다.

IT강국을 세우기까지 정보통신부 등 정부의 역할은 실로 컸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과거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것을 움켜진 지휘관이 돼 나를 따르라는 방식은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는 탑다운 방식이 아닌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하부조직과 더 소통하고 도출된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리더십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걸림돌은 없는지, 경쟁에서 불공정한 사례는 없는지 등의 문제에 집중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과 개발자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일 것입니다.
2011/08/23 10:50 2011/08/23 10:50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한 데이터 정액요금제 때문에 어제 오늘 방송통신위원회가 난리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4일 이명박 대통령 주제로 개최된 '소프트웨어 강국 도약전략' 발표회에서 임채민 지식경제부 1차관이 브리핑을 통해 "데이터요금 무한정액제 도입과 관련해 방통위와 합의를 마친 상태"라고 밝히면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이동통신 요금과 관련한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방통위 입니다. 지경부와 이통요금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거죠. 그래서 방통위가 발끈했습니다. 합의한 적이 없는데 합의를 했다니요. 방통위 출입기자는 기자대로 지경부 기자한테 물을 먹은 거고요.

그래서 4일 예정에 없던 담당 과장의 백그라운드 브리핑이 열렸습니다. 내용은 "스마트폰의 경우 초창기 시장인만큼 소비자들의 이용패턴을 분석하고 개선이 필요할 경우 사업자들과 협의를 거쳐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스마트폰의 경우 조만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요금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련기사 : 스마트폰용 무한 데이터요금제 도입될까?

그런데 방통위 브리핑에도 불구, 사건은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일부 매체들이 계속해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가 도입된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냈기 때문이죠. 어떤 매체는 아예 요금은 2만원, 시기는 이르면 하반기로 확정하는 기사도 내보냈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움직였습니다. 데이터 무한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이통사들의 네트워크 증설은 필수 입니다. 당연히 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는 아예 담당 국장이 기자실에 찾아와 다시 한번 설명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지경부가 작성한 28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의 정확한 표현은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선데이터 요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무한정액요금제 도입, 통합요금제 도입, 와이파이 투자 활성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달랑 세줄 정도입니다.

지경부와 방통위간에 협의했다는 내용도 "도입하겠다"가 아니라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대통령 보고에 있어서 이 내용을 넣는 것을 사무관 차원에서 합의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방통위는 통신요금과 관련해 지경부와 합의할 이유가 없습니다. 뒤집어서 전기세가 비싸서 집에서 인터넷 이용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해서 방통위가 전기세를 인하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말이되지 않지요.

결국은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상황에서 실수를 한 임채민 차관의 발언을 시작으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기사들이 스마트폰 무한 요금제 도입이라는 해프닝을 만들어낸 셈인데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당분간 스마트폰에 데이터 무한 요금제가 도입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방통위 입장입니다. 초기 시장인만큼 지켜본 후, 그리고 사업자들과의 협의 등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월 2만원에 스마트폰에서 무제한으로 인터넷 서핑하고 테더링까지 이용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던 분들은 즐거운 환상에서 깨어나시기 바랍니다.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입니다.

2010/02/05 15:32 2010/02/05 15:32